이제 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뼈아픈 이별을 겪게 되었다.
이제까지의 연애에서는 항상 내가 차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차였고, 내 마음의 끝과는 다른 연애의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는 반 년을 조금 넘게 만난 장거리 커플이었다.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내가 상대방이 있는 지역에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일주일이 좀 안되는 기간 동안 데이트를 즐겼다.
뭘 해도 행복했던 연애 초가 지나고 상대방은 연애를 시작하기 전처럼 일을 우선시했고, 그 때문에 쌓인 서운함을 나는 상대방에게 표현하곤 했다. 항상 상대방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일인데 어쩔 수 없잖아"였다.
헤어지기 직전, 나는 며칠 째 몸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여있었고 평소였으면 넘어갔을 만한 문제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상대방은 시간을 갖자는 말을 입에 올리게 되었다.
일주일 뒤, 우리는 전화로 헤어졌다.
시간을 갖는 기간 동안 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진이나 상대방의 흔적을 정리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덤덤하게 이별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웃으면서 서로의 성공을 빌어주고 생각보다 가볍게 이별을 끝냈다.
헤어지기 직전 몇 주 동안은 하루에 한 번씩 울었던 것 같은데 막상 헤어지고 나니까 눈물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고, 시간을 가지고부터 헤어진 후 일주일 뒤까지는 밥을 거의 먹지 못해서 5키로 가량이 빠졌다. 그리고 이 때 상대방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에 시간을 갖게 된 후부터 무려 네 군데의 재회 상담/컨설팅 업체를 이용했다.
총 비용은 74만원이 들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큰 비용을 쓴 것 같지만 당시에는 정말 간절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각 업체들에서의 상담 결과, 재회 상담을 추천/비추천하는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1. 첫 번째 상담
원래는 블로그를 통해서 재회 상담을 받으셨던 분인 것 같은데 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상담을 드리게 되었다.
이별 극복이나 재회에 관해서 과학적인 근거와 함께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영상을 주로 올리시는 분이셔서 객관적으로 내 이별 상황에 대해 분석을 부탁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신청을 드린 건 헤어지기 직전 시간을 갖는 상태일 때였는데 상담 전날에 상대방에게서 헤어지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 부분을 추가로 전달드렸다.
상담사님께서는 잦은 갈등으로 인해 나의 미래 가능성, 즉 신뢰가 낮아서 헤어진 것이며 장문의 지침 카톡을 이별 일주일 안에 보내고 3개월 정도 공백기를 가지라고 하셨다. 그리 어려운 사연은 아니라는 말을 하셨던 것 같다.
또, 재회 뿐 아니라 이별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많이 주셨던 것 같다.
상담 당시에는 지침 카톡 내용에 납득이 많이 갔지만 막상 상담 이후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이별 당시 했던 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굳이 했던 말을 장문으로 다시 보내는게 이별을 더 무겁게 만들 것 같아서 결국 나는 이 지침 카톡을 보내지 않았다.
2. 두 번째 상담
유명 재회 업체를 이용하였다. 그만큼 비용은 다른 상담의 3-4배 정도로 가장 비쌌고 신청하면서도 고민이 많이 되었다.
이별 직후에 상담 신청을 했지만 상담 일정 조절 관계로 이별 1-2주 쯤 되었을 때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을 시작하자마자 재회 확률 30프로 미만이라는 말과 함께 환불 권유를 받았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 그리고 이별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받기 위해서 상담은 그대로 진행했다.
상담사님께서는 나의 신뢰도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프레임이 떨어져서 급격하게 권태기가 온 것이며 프레임을 올리기 위한 짧은 지침을 줬다. 지침 전송 후에는 상대방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무한 공백기를 가지라는 말을 들었다.
만약 지침 전송 후 3개월이 지난 후에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애프터 메일로 2차 지침(아마 가능성 제시)을 주시겠다고 했다.
이 업체에서 지침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 느끼듯 나도 지침이 너무 유치하고 그런 이야기를 굳이 하는게 더 프레임을 낮추는 행동일 것 같아서 보내기가 망설여졌다. 또, 상담사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프레임은 가만히만 있어도 회복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결국 이 업체에서 받았던 지침도 보내지 않았다.
첫 번째 애프터 메일로는 지침을 전송하지 않겠다는 내 마음과 내가 다시 분석한 나의 사연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렸다.
두 번째 애프터 메일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지침을 보내기 망설였던 이유는 이후에 네 번째 업체에서 올린 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나는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조건에 단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보내는 걸 꺼려했던 것이다.
이 업체에서의 분석 내용이 첫 번째 상담과 정반대여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두 군데에 보낸 사연은 거의 내용에 차이가 없었는데 두 번째 업체에서는 상대방이 프레임에 민감한 성향임을 이해시키며 신뢰도가 아닌 프레임이 문제라는 분석 결과를 주셨다.
3. 세 번째 상담
이전의 두 업체에서 분석한 이별의 이유가 정반대였기 때문에 지침도 극과 극이었다. 두 지침 모두 상담 당시에는 납득이 갔지만 막상 보내려고 하니 도저히 전송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별 3주가 지난 시점에 지금 당장의 재회보다는 공백기 중의 멘탈 관리와 공백기 이후 재접근 방식을 주로 다루는 유튜버 분께 상담을 받게 되었다.
이전의 두 업체가 프레임,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 단기적인 대응을 위한 지침을 주는 대증요법 상담이라면, 세 번째로 상담을 받은 곳은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증요법보다 원인 해결에 중점을 두는 곳이었다. 또, 감정이라는 것은 상황으로 인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와 상대방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한 에너지 고갈 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해주셨다.
상담사님은 이별 상황에서 끝마무리를 잘 했다고 하시면서 지침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잘했다고 해주셨다. 두 업체에서 받은 지침을 보내지 않고 이대로 공백기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었는데 그렇게 말해주셔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결과적으로는 이별 후 3-4개월 정도의 공백기 후 재접근 하면 좋을 것 같으며 그 공백기 동안 어떻게 멘탈 관리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알려주셨던 것 같다.
사실 나는 헤어질 당시에 전화했던 내용을 녹음했었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업체와의 상담 때에는 그걸 다시 듣는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상황만 사연에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세 번째 상담부터는 녹음을 다시 들으면서 객관적으로 내가 상대방에게 했던 말들과 상대방이 나에게 했던 말들을 사연에 적었다.
4. 네 번째 상담
세 번째 상담을 받고 나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었는데 나에게 스트레스 상황이 많이 닥쳐오게 되었고, 다시금 멘탈이 불안정해졌다. 다행이 자존심 때문일까 상대방에게 충동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SNS 염탐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멘탈이 불안정해지면서 다시금 재회 관련 유튜브 영상과 칼럼을 계속해서 보게 되었고, 불면 증세가 다시 찾아왔다. 결국 나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발견한 네 번째 업체에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다.
신청을 하고 바로 다음 날에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금전적인 부분도 있고, 이미 칼럼과 영상, 다른 업체에서의 상담을 통해 이론을 숙지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처음으로 음성 상담이 아닌 채팅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사님께서는 재회 확률이 최대 60-70프로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 이제까지 받았던 상담 내용들을 공유드렸고, 각 업체에서 분석한 이별 원인과 지침에서 아쉬운 점들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분석 결과는 기본적으로 세 번째 업체와 비슷했지만 공백기를 더 짧게 가져도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다. 3개월 동안 제대로 된 멘탈 관리가 되면 더 이상 재회를 원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스트레스를 온전히 해소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이별 후 1개월 반-2개월 정도의 공백기 후 가볍게 연락을 해 볼 것을 조언하셨다. 마지막으로는 본인이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을 것이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알려주셨기 때문에 조금은 객관적으로 재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 채팅 상담이었는데 아무래도 음성 상담처럼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보니 약간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같은 1시간이라도 전달 받을 수 있는 내용의 양이 적었다. 물론 그 만큼 금액도 음성 상담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상담이었다.
결론
모든 업체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내용을 돌아보면 나는 잠깐의 다툼으로 인한 이별이 아니라 시간에 걸쳐 이별의 원인들이 쌓여왔고 그게 폭발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 한 달 반 이상의 공백기가 필요한 케이스였다.
그래서 지금으로써는 공백기를 잘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더 이상의 재회 상담은 받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본 재회 업체들의 재회 시나리오는 이렇다. (감정 다툼으로 일시적인 이별을 한 게 아니라는 가정 하에)
1) 이별 원인, 마지막 교류 당시의 내 모습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미지를 갖게 만들었는지를 분석한다.
2) 이미지가 부정적이었다면 지침 문자를 보냄으로써, 방치했을 때보다 이미지 회복이 빨리 될 수 있게끔 한다.
3) 이미지 회복이 될 때까지 일정 기간의 공백기를 가진다. 공백기 동안에는 이별의 원인을 제거, 혹은 제거된 것처럼 보이게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4) 공백기 이후 상대방과의 교류를 회복하고(먼저 연락이 오거나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것) 즉시 재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차례의 교류를 통해 재회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재회 상담을 추천/비추천하는 이유
1. 추천하는 이유
- 상담을 위한 사연을 적으면서 연애 시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스스로 문제점을 분석해볼 수 있다
- 어느정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해주기 때문에 스스로는 깨달을 수 없었던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본인의 분석 결과에 확신을 가질 수 있고, 필요에 의해서는 내가 생각해내기 힘든 적절한 지침문자를 받을 수 있다
- 상담을 받는 동안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2. 비추천하는 이유
- 금액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 본인의 성향/사연 내용과 잘 맞는 재회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나의 경우만 해도 충분히 칼럼과 영상을 찾아보고 잘 맞는다고 생각한 업체에 상담을 신청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네 군데에서 상담을 받았다
- 본인이 완벽하게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침 등을 수행하게 되면 인지부조화가 와서 마음이 더 힘들 수 있다